[책소개]

10월호 특집 종교개혁의 달, 교회개혁을 생각하다

주일 아침, 한 청소년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빠, 왜 나한테 교회 가자고 해? 요즘 교회 다니면 애들이 촌스럽다고 놀려….” 웃어넘기기에 씁쓸한 이 장면은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교회가 사회의 존경과 신뢰를 누리던 시절은 지나갔다. 오히려 교회는 낡은 제도, 권력 지향,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언어로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교회를 개혁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정도이다.

이에 「기독교사상」은 10월호 특집으로 “종교개혁의 달, 교회개혁을 생각하다”를 준비했다. 첫 번째 글에서는 성장주의의 역사와 폐해를 짚으며, 한국교회가 걸어가야 할 개혁의 길을 제시하였고, 두 번째 글에서는 한국교회 타락의 원인과 과정을 살펴본 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신학적으로 제시하였다. 마지막 글에서는 한국교회가 기복신앙과 주술적 욕망을 부추기는 ‘비상의 영성’에 매몰되었다고 진단하며 ‘일상의 영성’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 하나님 나라를 향한 길을 새롭게 열어가야 할 때이다. 500여 년 전 종교개혁의 외침이 유럽의 낡은 교회를 흔들어 깨웠듯, 지금 우리 앞에도 새로운 각성의 시간이 도래했다. 이번 특집을 통해 잿빛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타오르는 개혁의 불씨를 붙들어, 교회가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서기를 희망한다.

특집 요약

1. 잃어버린 하나님을 찾아서–교회 성장주의, 그 한계와 대안

이상학 목사(예장통합 새문안교회)는 이 글에서 성장주의의 역사와 폐해를 짚으며, 한국교회가 걸어가야 할 개혁의 길을 제시한다. 초기 한국교회는 민족의 아픔과 고난에 참여하는 민족기독교의 성격을 띠었으나, 1930년대 이후 내세지향적 신비주의로 기울었고, 산업화와 맞물려 교회 부흥과 성장이 곧 하나님 나라 확장과 동일시되는 궤적을 걸어왔다. 그 결과 교회는 세속화, 맘몬주의, 프로그램 목회에 빠져 하나님을 상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는 이 모든 병증이 ‘하나님 없는 교회’라는 참담한 결론으로 모아진다고 한탄한다. 필자는 대안으로 영성의 회복을 제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교회의 본질이 건물이나 프로그램이 아닌 삼위 하나님 자신임을 드러냈는데,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되찾는 영성이야말로 교회를 다시 살아 있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종교개혁의 달을 맞아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하나님을 찾아야 할 때라고 호소하며 글을 맺는다.

2. 세상을 도덕적으로 책임지는 교회가 되어야!

한문덕 목사(기장 향린교회)는 한국교회 타락의 원인과 과정을 살피며, 이에 대한 대안을 신학적으로 제시한다. 먼저 필자는 한국교회가 추락하게 된 과정을 권력과 자본에 대한 욕망에서 찾는다.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해방 이후 권력과의 유착, 성장주의와 대형교회의 출현은 교회를 본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서 멀어지게 했다. 오늘날 아스팔트 극우 개신교 현상 또한 이러한 타락의 부산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길은 무엇인가. 필자는 종교개혁의 정신, 곧 “근원으로 돌아가라”(Ad fontes)는 외침에 주목한다. 교회가 내세 중심 신앙을 버리고 현세에서 정의와 평화를 확장하는 구원 신학을 세우고, 문자주의적 성서 해석을 넘어 시대에 맞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교인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예수의 제자를 길러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깨어 있는 신앙인들의 모험과 결단을 요청하며 글을 마쳤다.

3. 비상과 일상 사이에서-한국교회의 새로움을 위한 성찰

이민재 목사(감리교 은명교회)는 한국교회가 기복신앙과 주술적 욕망을 부추기는 ‘비상의 영성’에 매몰되었다고 진단한다. 위기 때 통성기도로 해결을 부르짖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의 영성’은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는 누가복음의 ‘허리 굽은 여인’을 통해 두 차원의 비상을 구분한다. 삶을 잠식하는 만성적 비상은 비참한 일상을 고착시키지만, 예수의 말씀과 현존이 돌파하는 신성한 비상은 절망을 깨뜨리고 새로운 일상, 곧 춤추는 일상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역사 속에서 전쟁, 분단, 성장주의를 거치며 만성적 비상을 종교적으로 재생산해 왔기에 기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번영신학을 내면화한 통성기도 대신, 하나님의 현존에 머무는 관상적 영성을 통해 신성한 비상을 일상에 스며들게 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만성적 비상의 구조를 끊고 하나님 나라의 일상을 회복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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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할 만한 글 – 박충구,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서거 1주년에 즈음하여”

해방신학의 선구자 구스타보 구티에레즈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다. 그가 주장한 해방신학은 기존의 서구 신학과 어떻게 다른가? 신학에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동원하여 현실에 대한 분석을 선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학의 자리가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역사 한가운데로 옮겨져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구티에레즈가 펼친 해방신학의 논리를 큰 틀에서 이해하는 동시에 오늘날 우리 교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곱씹게 만드는 글이다.

[목차]

권두언

참된 경건, 진정한 개혁: 성성자와 경의검 / 박경수

특집 – 종교개혁의 달, 교회개혁을 생각하다

· 잃어버린 하나님을 찾아서–교회 성장주의, 그 한계와 대안 / 이상학

· 세상을 도덕적으로 책임지는 교회가 되어야! / 한문덕

· 비상과 일상 사이에서-한국교회의 새로움을 위한 성찰 / 이민재

교회와 현장

· [청년 그리스도인, 현장을 말하다] 맥락을 뚫고 들려야 하는 청년의 목소리, 맥락을 뚫고 나온 영화와 신앙 공동체 / 이모세

· [내 삶의 등불이 되어준 대한기독교서회의 책들 06 (마지막 회)] 교회의 중심에서-예언자와 선교사 / 정한욱

·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서거 1주년에 즈음하여 / 박충구

성서와 설교

· [룻과 함께 아모르 파티 02] 빵집에 빵이 없다 / 구미정

· [고전과 함께 성서 읽기 02] ‘아무것도 아닌 자’의 자존감(自尊感) / 유광수

문화, 역사, 신학

· [십자가와 보리수: 토머스 머튼과 틱낫한의 사회영성 04] 우정의 대화: 경계 넘어 배우고 사랑하기 / 정경일

· [윤동주와 성서 12 (마지막 회)] 침묵기 이후, 팔복과 병원-<자화상>, <위로>, <팔복>, <병원> / 김응교

· [사진과 평화 01] 사진과 평화에 관한 공공신학을 연재하며 / 김상덕

· [나의 박사 논문을 말한다] 평범한 귀족 여성 아르굴라, 팸플릿을 통해 종교개혁을 외치다 / 김지혜

책마당

· 『전광훈 현상의 기원』

극우 근본주의 신앙의 역사적 경로를 살피다 / 김진호

· 『(NCC 목요기도회 30년사 Ⅰ) 시대와 함께하는 용기』

목요기도회, 1970년대 시민들의 자발적 저항 공론장 / 정병준

· 『대화를 위한 여성신학』

여성신학과 가톨릭교회의 대화 / 김동춘

· 『발굴한 신의 흔적들: 고고학으로 보는 고대근동의 성경 이야기』

고고학이 선사하는 즐거움과 고고학의 한계 / 김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