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출판사 서평

양심적 신학자가 평화적 진정성을 가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역사적 관계를 정리하며 양국 간 전쟁의 본질을 분석한다. 상대적 약자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감적 애정을 평화에 둔감한 일본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가며, 일본의 평화적 책임과 역할을 주문한다. 전체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차가운 전쟁과 폭력의 실상을 다루지만, 필자의 현실 참여적 신앙과 양심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지금 우리는 지구상에서 몇 가지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한반도처럼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전투행위를 쉬고 있는 휴전 상태는 제외하고도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그리고 최근에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을 일시적으로 쉬고 있다는 의미에서 휴전상태인 한반도에서 보기에 이런 전쟁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죄 없는 사람들이 무수히 죽고 다치는 것을 보면 전쟁을 일으킨 측도 나쁘고 상대방의 책임만 주장하며 전쟁을 끝낼 노력을 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가는 측도 나쁘다고 생각된다.

기무라 고이치 목사는 적극적으로 전쟁 폭력의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평화주의 활동가다. 한일 일한 반핵평화연대의 일본 측 대표를 맡고 있고 매년 한국의 합천에서 열리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추모행사에 참가하여 원폭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제연대의 의미를 새긴다.

이 소책자도 그의 평화 추구 활동에서 나온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벌어진 현장에 피해를 당하고 있는 민간인들을 위한 구호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개전 초에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고,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의 불안한 상태에 대해 관심을 지녀오면서 체험으로 깨닫게 된 내용들을 전해주고 있다.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을 지키는 사람들의 대열에서 일본이 침략 국가로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일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나라의 군사적 안전보장이 아닌 민중이 세워나가는 평화의 대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미약하고 외로운 꿈이지만 눈으로 보는 것 같은 평화의 구체적 그림이 담긴 소리를 내놓고 있다.

기무라 고이치 목사와 10년 이상 매년 만나 시간을 보내면서 느꼈던 그의 인간적인 깊이와 균형 잡힌 식견을 떠올려 볼 때 정말 꿈꾸는 것 같은, 힘이 없어 보이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아무나 한다고 해서 현실 속에 유의미한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된다. 기무라 목사의 보기 드문 평화주의적 기독교 신앙과 인격적인 삶의 태도가 배경이 된 그의 평화 활동에의 참여와 식견, 그의 평화에 대한 비전은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 주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소책자는 그 내용이 한일반핵평화연대의 한국 측 대표를 맡고 있는 전기호 목사님의 마음에 들어와서 그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되게 되었다. 이 책이 비록 역사적, 지리적으로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의 그냥 어떤 한 사람이 보고, 듣고, 깨달은 바를 간추린 것 정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리상의 그리고 정서상의 거리를 뛰어 넘어 평화에 목말라하는 같은 인간으로서 그와 우리를 이어주는 내용이 되리라 믿으며 우리나라의 벗들에게 일독을 권해 드리고 싶다.

본문중에서

- 들어가며

한국 독자에게

저는 오늘까지 한국 시민단체와의 민주화 운동과, 기독교-불교 관계의 반전 평화 단체와의 교류와 학술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수없이 귀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평화 연구의 깊이와 넓이를 우리 일본인들도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한 배움을 통해서, 저에게는 많은 친구가 주어졌습니다. 그 한 분이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주신 전기호 목사입니다. 전목사는 일본어 문헌을 읽어내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로, 본서가 전목사의 눈에 띈 것은 생각을 초월한 인도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저는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싸운 할아버지의 경험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 전쟁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가르쳐지고 있습니다만 그 본질은 조선의 영유를 둘러싼 일본과 러시아의 분쟁이었습니다.

과거 소비에트는 '무신론 국가'라고 불렸습니다. 그것은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레닌이 관허(官許) 러시아 정교를 부정하고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를 수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역사를 풀어보면 정치와 종교는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회 저변에서 혁명을 담당한 세력 중 하나가 '무승파'(스님을 두지 않는 파)라고 불리는 로마노프 왕조(1613-1917)에 비판적인 비공인 정교였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큰 요인 중 하나는 10세기경에 성립된 기독교 국가였던 ‘키예프(키이우)-루시’의 기원을 둘러싼 양국의 종교 지정학적 기억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이래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 논거로, ‘우크라이나인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지방 사람들은 모두 러시아인이다.’라는 푸틴의 표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일제가 조선을 '병합'하기 위해 창작한 '내선일체'의 이데올로기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전쟁중의 우크라이나를 두 번 여행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1만 명의 병사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이는 베트남전에 한국군이 파병된 역사로부터, 북한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많은 경우 ‘적국’의 위협을 선동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오늘날 일본도 동중국해(난세이 제도)에 차례로 '적 기지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라고 칭하고, 차례차례 군사 기지가 신설되어 위험한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책이, 자국과 타국의 군 확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더욱 평화를 만들기 위해,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기무라 코이치(木村公一)

2025년 7월 11일 후쿠오카 이토시마에서

- 어렸을 때 ‘러시아’와의 만남

지금 시대는 ‘신 냉전시대’에 돌입해서, 한국전쟁 이후 계속 ‘세계전쟁’에 직면하고 있다. 동서냉전 초기에 태어난 나는 전쟁의 세기를 살아온 것이다. 나의 할아버지 기무라마스타로(木村增太郞)는 일본과 러시아가 조선과 만주를 쟁탈하기 위해 싸운 러일전쟁(1904-1905)에서 총에 맞아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머릿속의 총알을 빼지 못하고 할아버지는 상이군인으로 귀환했다.

어려서 들었던 할아버지의 203고지(중국 려순에 있는 러시아 요새) 공략전을 지금까지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확실히 ‘전쟁은 지옥이다’로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르면 할아버지는 항상 오른쪽 눈에 손을 대고 뭔가를 억누른 채 울적해 지시면서 침묵하셨다. 그 다음을 듣고 싶어하는 나에게 할아버지는 항상 “초등학생인 너에게 지옥같은 전쟁이야기는 너무 이르다” 하시면서 이야기를 끝냈다. 할아버지의 몸과 마음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쟁터에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할아버지를 마음에 품고 사는 나와 ‘러시아’와의 최초 어두운 만남이다.

‘특별군사작전’의 놀라움과 소름끼침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군사력과 동방확대가 러시아의 국경에 접근하고 있다’ ‘러시아의 중요한 안정보장문제’라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인 인종학살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표현했다.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소식은 세계인을 놀랍고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나는 조지 부시 정권이 기획한 이라크 침공(2003년)의 역사를 기억했다. 왜냐하면 내가 바그다드에서 경험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똑같지는 않지만, 그 뿌리는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본다. 나는 인도네시아의 중앙 자바에 있는 그리스도교 신학대학에서 교육활동으로부터 사회문제 조사를 포함해 17년간(1986-2002) 그 땅에서 일했다. 그동안 아시아침례교 평화위원회 위원장(1997-2002)을 하면서 많은 친구가 생겼다. 그때 이라크에서는 미군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일종의 핵무기)에 피폭되어, 유전자 파괴로 장애와 기형의 많은 아이들이 고통당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항암제를 전해주는 운동에 관계하고 있었다. 2002년 가을, 나는 중앙 자바의 일을 마치고 다음 일이 기다리는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두 개의 대학에서 비상근 강사일을 하다가, 후쿠오카 국제그리스도교회(일본 침례교연맹)의 목사로 취임한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였다.

- ‘인간방패’ - 바그다드에서의 경험

그 1년간 나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조금 말하겠다. 인도네시아에서 귀국한 다음 해(2003년) 쿠웨이트에 진군해 있던 미군은 언제라도 이라크를 침공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3월 10일 귀국 휴가를 이용해서 나는 이라크 바드다드로 건너가 ‘인간방패’(Human

Shield) 운동에 참가했다. ‘인간방패’는 미,영국 군의 공격에 대한 이라크군의 방패는 물론 아니고, 이라크 전쟁 그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비무장 시민운동이다. 이 ‘방패’는 미,영국 군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열화우라늄탄에 대해 무력하다. 전 세계에서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언젠가는 그 약한 ‘방패’를 가지고 인류가 만든 ‘전쟁’이라는 최고로 악한 야만적 폭력행위를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인간방패’는 모든 시민의 공정과 도덕의 증거였고, 인간 양심과 이성에 대한 믿음의 상징이었다 (졸저 ‘인간방패, 팍스아메리카나와 그리스도의 평화’, 신교출판사, 2003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이라크전쟁의 비교검토는 본론에서 하기로 하고, 내가 ‘인간방패’ 운동에 참여한 지 8일이 지난 후 현지 날짜로 3월 19일 제2차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여러 나라에서 온 7명의 친구들과 함께 북쪽 바그다드의 한 변전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곳은 바그다드 시내 전력의 50%를 공급하는 곳이고, 1차 이라크전쟁 (1991년) 시 철저하게 파괴된 곳이기도 했다.

변전소 옆 광장에서는 사택의 아이들이 공습 사이사이에 즐겁게 축구경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미군이 폭격으로 너희들의 마을을 파괴하고 있는데 축구는 위험하지 않니?” 한 아이가 말하길 “아저씨들은 위험한 이라크에 왜 왔어요?” 그러자 다른 아이가 “우리는 축구가 제일 좋고 전쟁은 싫어요”라면서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나는 이 정도로 과격한 반전 평화행동을 본 적이 없었다. 또 어느 날, 나는 시내 소아과병원에 부상당한 많은 시민들이 이송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병원으로 향했다. 넓은 병원 로비에는 많은 부상자들이 이송되어 있었다. 우리는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손과 팔을 소독하고, 세 병의 수혈병을 들고 그녀들을 도왔다. 그때 한 수혈병에 연결되어 있던 어린아이가 숨을 거두었다. 아이의 엄마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나는 왜 우크라이나 사회와 연관되었나?

나는 바그다드에서 경험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2003년)을 거울로 삼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조명해 보았다. 두 개 전쟁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때야말로 교회는 현지의 개신교를 창구로 해서 우크라이나 사회와의 연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지 도키와다이(常盤台)침례교회의 도모노 야스시(友納靖史)목사가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나를 우크라이나에 보내 준 <동아시아평화센타 후쿠오카> 와 <系島(이토시마)성서집회> 동료들은, 러시아군의 공격에 노출된 많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서우크라이나 인근의 유럽 여러나라로 탈출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토시마민주주의 모임>의 동료들을 필두로 불교도들과 인도주의자들이 귀한 성금을 모아주었다.

기독교인이 80%에 이른다는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교회는 기본적인 책임과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실제 현지를 방문해서 알았지만, 전쟁터가 된 돈바스 지역이나 남부는 신도들과 목사들의 피신으로 교회는 폐쇄상태가 되었고, 지역사회는 붕괴되고, 잔류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자원봉사단체가 물, 약, 식료품을 지원하고 있었다.

- 본서 집필의 방법과 목적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직면할 때, 나는 항상 스스로를 두 가지로 생각한다. 첫째는, 가해성을 자각하면서 사건의 안쪽에서 신학적으로 분석하는 자신과, 두 번째는 객관적으로 사건의 외부에서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자신을 의식한다.

나는 세이난(西南)대학 경제학부의 학생들에게 “기독교평화학”을 가르쳤다(2004-2017). 기본주제는 “인간은 왜 전쟁이라는 유혹에 빠져 인간성을 버리는가?”였다. 2014년 “마이단정변”(자세한 것은 5장 ‘우크라이나 독립으로부터 황폐한 땅 30년’ 참조) 과 그 반동인 러시아의 군사적 크림반도 병합문제는 평화학 수업 주제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신참자이다.

이 책은 “인간은 왜 ‘전쟁’이라는 유혹에 빠져 인간성을 버리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다음 4가지 주제를 다룬다. 첫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세계사적 함의, 둘째 이 전쟁은 피할 수 없었는가? 셋째, 이 전쟁의 목적을, ‘대러시아 문명’의 부흥과 ‘대유럽(EU)문명’ 재부흥의 골짜기에서 괴로워하는 우크라이나 민중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마지막은 일본의 평화헌법 파괴는 동아시아에 있어서 일본의 올바른 진로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이다.

-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의 위법성

유엔헌장은 “모든 회원국은 그들의 국제 관계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 또한 유엔의 목적과 양립하지 않는 다른 어떤 방법을 삼가야 한다”(유엔헌장 제2조 4항, 1945.6.26)고 되어있다. 전쟁에 이르는 어떤 사유가 있다고 해도,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그 자체는 이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또한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시점에, 러시아 본토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위권 발동도 아니었고(헌장 51조),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헌장 42조)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국제법위반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인간의 사회안전보장(평화적생존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

나는 기본적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Preferential concerns for the oppressed) 이라는 신학적 기초를 가지고 역사를 보고 스스로를 이 문제와 연관시켜 왔다. 구체적으로는 파괴와 살상의 희생과 함께, 인간의 평화적생존권이 박탈당하는 외침을 우선적으로 상상하는 힘을 추구해왔다. 내가 관여해 온 <우크라이나 인도(人道)지원>은 우크라이나인들의 필요에 봉사하는 우크라이나 개신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했다. 따라서 나는 이런 활동에 대해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는 정치적인 말을 사용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인도(人道)지원”이라고 불러왔다.

- 정의와 평화의 불가분성

평화는 정의로 뒷받침되어 처음 실체를 들어낸다. 임마누엘 칸트는 법적 정의가 없는 평화는 다음 전쟁의 준비기회가 되고, 비참한 혼란을 낳는 동기가 된다고 <평화에 관해서>에서 경고한다.

구약성서 시편 85편 10-11절에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 땅에서는 진실이 돋아 나오고 하늘에선 정의가 굽어보리라”는 말씀이 나온다. 나도 칸트나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평화와 법적 정의는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은(나를 포함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정의와 평화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힘과 가능성을 과신하는 인간이 이런 인식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바로 그렇기때문에 정의와 평화의 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정치적관념)를 사고의 기초로 삼지 않기

역사가는 누구든지 수집하는 정보가 신뢰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일정한 방법으로 비판적 분석을 기초로 역사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즉 이데올로기(정치적관념)에기초해서 억측으로 사실을 판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사료비판”이라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반(反) 바이든’‘반 푸틴’‘반미’‘반러시아’라는 정치적 관념을 갖고 있어도, 거기에 기초해서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이데올로기에는 ‘가치, 신념체계’라는 일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잘 가감하는 것이고, 도덕적 가치판단을 피하는 일은 결코 바른 일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치열한 참 정보와 거짓 정보전이기에 더욱 그런 것이다.

저자 소개

기무라 고이치

(木村公一)

1947년 도쿄출생. 동경신학대학 석사과정 수료

Asian Graduate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신학박사

인도네시아 선교사 (1986 – 2002)

미국 MacAfee Graduate Thelogical School 객원교수 (2007)

현재, 일본침례교 연맹 이토시마 성서집회 목사

세이난 대학, 후쿠오카 대학 비상임 강사

인도네시아 위안부 피해자 연대회의 고문

동아시아 평화센타 후코오카 고문

저서, “인간의 방패” “인도네시아 교회의 선교와 신학”, 공저 “이제 원자력 발전을 막자” 등.

목차

추천사

들어가며 / 20

1부＿

왜 군사적 침공이 발생했나?

서장(序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엇인가? / 32

1장. 전쟁전사(前史) –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300년 해방투쟁 / 36

2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교지정학적 역사 / 44

3장. 푸틴과 러시아 지식인들의 ‘우크라이나 멸시’ / 64

4장. 푸틴 대통령의 개전 연설 해석 / 75

5장. 우크라이나 독립으로부터 광야의 30년 / 84

6장.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 100

2부＿

평화롭게 사는 길과 “국가안전보장”

1장. 일본국 헌법에 있는 평화에 대해서 / 110

2장. 평화헌법 9조의 위기와 회생 / 129

3장. ‘만약 침략당하면 어쩌나’라는 물음 / 160

마지막 장: 평화를 찾아 구함 / 174

나가며 / 180